‘2020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김광호 시인, ‘2021 문화일보’로 등단한 남수우 시인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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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출작가 인터뷰
글터 수강생 김광호씨(이하 김)‘2020 <문학사상>’, 남수우씨(이하 남)‘2021 <문화일보>’에 당선됐다. 두 사람은 시를 배우고 싶어 한겨레교육 김근의 시창작반수업의 문을 두드린 수강생이었다. 읽고 쓰는 생활을 거듭한 끝에 시인이 된 두 사람을 한겨레교육 센터 내 카페에서 만났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김: 김근 시인 합평반을 듣다가 2020년도에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김광호입니다.

: 2021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남수우입니다.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김: 등단했다는 연락이 오고 나서 뭔가 내 인생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그대로예요. 등단하기 전에도 일하고 시 쓰는 생활을 병행했거든요. 지금도 낮에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근하면 글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 저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혼자 읽고 혼자 쓰는 시간은 여전하고요. 생활 패턴이 단순하고 반복적이에요. 매일 일하고, 정해둔 시간에 운동하고, 시 쓰고, 시를 쓰지 않을 땐 책 읽거나 영화 보며 지내죠. 사실 달라진 게 너무 없어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두 분 다 김근의 시 창작/합평강좌를 수강했는데, 어떤 계기로 한겨레교육을 알게 됐나요.

김: 시를 혼자 쓰다 보니까 내가 어느 정도 쓰는지, 수준이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합평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다른 곳에서 안태운 시인 강의를 들었는데 시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당시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한겨레교육의 김근 시인 수업을 추천했어요.

:창비학당서윤후 시인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이 김근 시인의 수업을 추천했어요. 서 시인의 수업이 제 안에 어떤 바닥을 짚게 된 계기가 되었다면, 김근 시인 수업은 그 바닥을 짚은 제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자세를 엿본 시간이었어요.

일상 속 어떤 순간에 시를 써야겠다고 느끼나요.

김: 시를 쓰면서부터는 언제 시를 써야겠다마음먹은 적은 없고 머릿속에 늘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맴돌아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어떤 이미지나 서사들을 떠올리고 핸드폰에 메모해두는 편이에요. 뭘 써야겠다 작정하고 자리에 앉아있을 때보다 시 쓰는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때 더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거든요.

남: 일상 속에서 시를 써야겠다는 순간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문장을 수집할 때가 많아요. 저는 좋은 글을 읽으면 무언가를 쓰고 싶더라고요. 그때 쓰는 건 사소한 단상이나, 짧은 문장일 경우가 많고, 그 상태가 길게 이어지면 산문이 되기도 해요. 그것들이 모여 제게는 시가 되는 것 같아요. 출퇴근 길이나 산책하며 보았던 장면들, 혹은 사람들 대화 속에서 어떤 문장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그 문장을 메모했다가 시를 쓸 때 다시 펼쳐보아요.

시를 쓸 때 천착하는 주제가 있나요. 본인도 몰랐는데 내가 이것에 대해 많이 쓰고 있네?’ 느낄 때요.

김: 등단했을 때 심사위원이었던 문혜원 평론가가 제 시가 자폐적이라고 평가했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제 시를 다시 읽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다르죠. (잘 몰랐지만) 제 시가 유쾌하거나 재밌지는 않아요. 흔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슬픔, 고독, 자폐와 같은 감정들을 주로 다루는데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할, 하나의 아름다운 감정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시를 쓰려고 해요.

남: 글쎄요. 무엇을 정해두고 쓰기보다는, 오늘 내게 도착한 문장들을 들여다봐요. 아마 그런 것들이 그리는 무늬나 얼룩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나는 왜 이 문장들에 반응했을까, 그런 물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기존에 가졌던 직업과 시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김: 일을 하면서 시를 쓰는 삶을 병행하는 건 힘든 일이라 생각해요. 등단하기 전에는 본업이 있고, 시 쓰기를 약간 부업처럼 했었는데 이제는 둘 다 잘하려니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워요. 시에 너무 빠져 있으면 수업 준비가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반대로 수업에 빠져 있다 보면 시 쓰기에 소홀하게 되고요. 꾸준하게 쓰기 위해 되든 안 되든 시간을 정해두고 글을 쓰는 패턴을 만들려고 해요.

남: 저는 시를 쓰는 시간을 정해두고 생활하고 있어요. 낮에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그게 3시간 정도 되더라고요. 물론 그 시간 내내 쓰는 건 아니에요.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날은 쓴 것보다 지운 문장들이 많을 때도 있어요. 책상에 앉아 딴짓하느라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날도 있죠. 하지만 이런 루틴들이 저를 어떤 상태에 도달하게 한다는 건 알아서, 어떻게든 앉아있으려 해요.

등단을 준비하는 한겨레교육 수강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김: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자기 것을 계속 만들어가셨으면 해요. 합평 때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좋은 시를 쓰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내 시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읽힐지 고민하면서 쓰세요. 특히 처음 합평 들으시는 분들이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이 나를 공격하고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시를 읽어주는 수준 높은 문우들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으면 해요.

남: 전공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시를 쓰겠다 마음먹었을 때, 사실 많이 두려웠어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의심하고, 초조해하던 날도 많았어요. 아마 지금 시를 쓰고 계신 분들도 비슷한 마음일 텐데, 부디 시간을 들여 자신의 언어를 굴려나갔으면 좋겠어요. 합평하면서 오가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되, 눈치는 보지 말고 쓰고 싶은 시를 썼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러지 못해놓고 이런 이야기하는 게 좀 쑥스럽네요. 저 스스로에게도 숱하게 했던 이야기예요. (웃음)

이시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