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31회 한터 백일장 논술 심사평 & 수상작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24.02.02
제31회 한터 백일장 논술 심사평 & 수상작


◼︎ 심사평

이번 백일장 논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관한 것입니다. 개헌을 통해 불체포특권 조항을 없애자는 주장에 대해 찬반을 밝히고 이유를 논하라는 게 논제의 요구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이슈가 돼 있는 상황 때문에 논제로 출제해보았습니다.

응모작 가운데 80% 이상이 불체포특권 폐기를 반대하는 논지로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논지일 경우에 그 내용도 겹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의 논거로 준비생들이 꼽은 내용을 보면 ①삼권분립을 지키는 ‘안전장치’이자 ‘최후의 보루’로 작동하는 제도라는 점 ②사법부와 검찰이 정치적 편향에 따른 판단을 하므로 자유로운 국회 기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 ③따라서 헌법 조항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방탄국회’의 수단으로 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논거가 겹칠 경우에는 논증을 촘촘하게 함으로써 설득력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별성을 꾀해야 합니다. 또 논증의 과정에서 정확하면서도 인상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우수작은 다른 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증이 촘촘해 설득력의 수준이 높은 글입니다.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려면 검찰과 법원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깊이있게 분석했고, 대안 제시도 구체적입니다. 우수작 3편도 최우수작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갖춘 글들입니다. 불체포특권 폐기를 찬성하는 글도 여럿 있었지만, 아쉽게도 완성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논술 백일장에 응모해준 모든 준비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는 5월 제32회 백일장에서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 최우수작 (임경진)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부당한 체포와 구금으로 인해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민주주의와 3권분립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은 5천만 국민의 대표다. 국회에서 민의를 대변하고 토론하고 표결하는 국회의원의 활동이 제약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축소를 의미한다. 행정부인 검찰과 사법부인 법원을 입법부인 국회가 견제해야 3권분립도 지켜질 수 있다. 검찰과 법원이 정당한 근거 없이 언제든 국회의원을 체포 혹은 구금할 수 있게 되면 국회는 행정과 사법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낼 수 없게 된다.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려면 검찰과 법원이 국회의원을 부당하게 체포하고 구금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원칙적인 검찰과 법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로선 검찰과 법원이 독립적이고 원칙적이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지적은 군사정권부터 민주 정부에 이르는 시간 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1년 전 ‘김학의 성 접대 사건’을 계기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지면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검수완박’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도입됐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은 시행령 개정으로 작년에 복원됐으며, 공수처는 조직과 인원이 소규모이고 그 권한이 작은 탓에 견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을 견제할 탄탄한 장치가 없기에 검찰이 검찰 조직을 위해 혹은 특정 개인을 위해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남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도 불공정하긴 마찬가지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 여럿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재판에 개입한 ‘사법농단’ 사건이 불과 7년 전 일이다. 사건 이후 법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도 아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이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것은 문제다. 실제로 국회가 부패한 의원에 대한 검찰의 정당한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서까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전례도 많다. 하지만 이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정당한’ 구속 영장 청구가 무엇이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국회가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구속 영장 청구의 정당성에 대한 기준은 유럽의회의 원칙을 참고할 수 있다. 유럽의회는 ‘탄압의 징후’를 기준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유럽의회는 △수사 대상인 행위가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시점 또는 선거기간에 수사가 이루어진 경우 △수사를 촉발한 고발 등이 정치적 반대자나 익명의 인물에 의해 제기된 경우 △같은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은 놓아둔 채 해당 정치인에 대해서만 수사·기소하는 경우 등을 ‘탄압의 징후’로 본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의원이 함부로 체포된다면 3권분립 원칙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과 법원이 공권력을 남용한 일들을 두 눈으로 목격해온 국민들은 ‘의원이 함부로 체포된다면’이라는 가정이 ‘일어날 법한 일’로 느껴진다. 검찰과 법원을 견제할 탄탄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위 가정이 국민들에게 비현실적이라 여겨지기 전까지, 불체포특권은 유지되어야 한다.


◼︎ 우수작1 (박효빈)

정치권이 말하는 정치 개혁의 골자는 늘 기득권 포기였다. 의원정수 축소, 국고보조금 폐지, 위성정당 방지법에 이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고질적 정치 불신이 팽배하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일시적 청량감을 유발해 반사이익을 봤다. 일종의 자해공갈이다. 정치 불신의 근본적 원인이 정치권 내 특권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에만 관심을 쏟는다. 정치권 역시 구태여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니 윈윈이다. 이처럼 특권으로만 여겨지는 민주주의의 도구들은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에 가려 그 필요가 과소평가 되고 있다.

불체포특권 폐기 역시 이러한 일시적 청량감에서 비롯됐다. 의원직에 주어진 특권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탈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불체포특권의 명칭 속 ‘특권’은 국회의원 개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해 탄생했다. 불체포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비대한 행정부 권력에 맞서 자유로운 국회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입법부 활동이 위축될 시 독재 권력 출현도 가능해 결국 일반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불체포특권의 '특권'은 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대리 위임된 특권이다. 때문에 정치권과 국민이 제도 포기만을 맹목적으로 외치는 것은 민주주의의 동아줄을 자신의 손으로 끊는 결과를 야기하는 셈이다.

혹자는 불체포특권이 방탄 국회라는 편법을 통해 의원들을 비리로부터 보호하는 방패막으로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성급히 폐지부터 거론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불체포특권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오남용하는 데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인 불체포특권을 유지하면서도 오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불체포특권의 허점은 본회의 시간 끌기와 의원들 간 온정주의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72시간 내 표결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서 상정 표결한다. 이때 의사일정 시간 끌기를 통해 체포를 미루는 꼼수를 사용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72시간이라는 기한을 단축해 요건을 완화하고, 표결되지 않는 경우 체포동의안을 가결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체포동의안을 막는 온정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 개개인의 윤리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명투표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은 삼권분립을 보장하는 동시에 법안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개혁은 통쾌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권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를 찾아 고쳐야 한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의원들의 윤리에 맡겨야 할 문제를 모두 특혜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반민주적 결과를 낳는다. 국민들에게 일시적 청량감을 줄 수는 있지만 민주적 퇴행이라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는 까닭이다. 지금은 대증하약의 관점이 절실하다. 증세에 맞게 약을 쓴다는 뜻으로, 문제의 핵심을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권을 내려놓는 것에 열광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법안의 맹점을 메꿀 수 있을지 국민과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우수작2 (이은도)

불체포특권은 유지돼야 한다. “무엇이 엄청나게 중요하게 강조된다는 것은 그것이 엄청나게 위협받고 무시당해왔다는 반증일 때가 많다.” 법관 출신 문유석 작가는 저서 《최소한의 선의》에서 헌법이 강조하는 권리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민주국가 헌법 대부분에서 강조하는 권리다. 그 이유는 의회가 권력자에 의해 탄압받아온 역사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승만 정권 때 프락치사건으로 의원들이 체포됐고, 박정희 정권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의회 탄압의 역사 속에서 불체포특권은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국회의원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해 구성한 국민의 대표 기관이다. 국회의원 개인은 사인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에 대한 보호는 곧, 국민의 뜻을 보호하는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삼권분립을 지탱해 국민을 지키기도 한다. 삼권분립의 궁극적인 목적은 3부 중 한 곳의 권력이 비대해져 국민주권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막는 것이다. 헌법은 제44조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84조에서 대통령의 형사상 소추를 금지하는 ‘형사상 특권’, 제106조에서 법관에게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파면이나 불리한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분보장에 대해 명시한다. 세 가지 제도 모두 3부의 권력을 균형적으로 유지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불체포특권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개헌으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나, 공천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시키겠다는 선언은 포퓰리즘이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이 무조건적인 특권인 것처럼 말하며 국민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의 발동 여부에는 국민의 뜻이 담겨있다. ‘국회의 동의’, 즉 국회 의결을 거친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 각자가 체포나 구금이 수사기관의 정당한 물증과 법리에 의한 것인지, 수사권 남용에 의한 경우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내려진 결론은 사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들이 내린 결론으로써 존중돼야 한다. 21대 국회만 살펴보더라도, 민주당 이재명∙정정순 의원, 무소속 이상직 의원,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 등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무조건적으로 국회의원이 체포나 구금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불체포특권은 잘못이 없다. 문제는 당의 이익을 위해 의결 시 무조건적인 부결표를 던지는 의원들의 행동이다. 이 문제의 원인은 국회 내 양당 대결 구도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불체포특권이 취지에 맞게 잘 작동하도록 양당 정치의 체질을 개선할 일이지, 불체포특권을 폐기하거나 포기하도록 요구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시, 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생각을 고려해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의 결정은 불체포특권이 잘 작동할 수 있음을 방증한 사례다. 결국 관건은 의결에 임하는 의원의 태도다. 국민주권을 최우선시해 불체포특권을 유지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국회의원은 체포동의안 의결 시 개인이나 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여 표결해 임해야 할 것이다.


◼︎ 우수작3 (김서영)

국회의원의 사법리스크가 정쟁의 중요한 열쇠로 기능하면서 수사에 제동을 거는 불체포특권이 연일 화두에 오른다. 이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든, 상대방의 범죄를 밝히기 위해서든 여야 가릴 것 없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기꺼이 내려놓겠다는 듯의 뉘앙스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일신상의 포기가 불가능한 헌법상의 제도라는 점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불체포특권을 없애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폐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개헌을 위해서는 불체포특권의 폐기 이후에도 입법부의 독립·자주적 기능이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과 ‘정치적이고 중립적이지 못한 검찰과 사법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언론과 정치인 모두 ‘윤심’에 집중하고 윤심에 따라 집권당 대표가 선출되고 퇴출된다. 거대야당의 결의안은 수차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마되고, 법치를 내세우며 수차례 정적을 향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 이렇듯 사법부와 손잡은 행정 권력의 전횡이 강력한 상황에서 불체포특권은 의회가 지닌 최후의 보루이다. 대통령 중심제일수록 삼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절실하다. 국회가 사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고, 고유기능과 핵심 임무를 수행할 조건을 형성·보장하기 위해서 불체포특권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동안 국회가 그 취지와 다르게 국회의원들의 개인 비리 방탄용으로 불체포특권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체포특권 폐기 주장으로 이어져왔다. 국회의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을 폐기하면서까지 국회의원을 체포 구속해야 할 필요성은 불체포특권의 존재 의의보다 결코 클 수가 없다. 체포는 재판출석의 약속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은 그 약속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즉, 재판에 세워야 유무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체포와 구속을 통해 재판의 개시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부터 재판 출석의 약속을 반드시 체포와 구속을 통해서만 받아낼 수 있는가? 국회의원을 재판장에 세우고야 말겠다고, 국민을 대표할 의무를 저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며 법적 실효도 없는 공허한 발언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불체포특권을 끝까지 확보하여 국회의 자주·독립성을 지키면서도 ‘방탄국회’ 등의 꼼수는 자제해야 한다. 불체포특권이 국회의 의사진행 방해를 방지하는 것을 넘어 국회의원 개인의 잘못을 가리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본질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불체포특권은 삼권사이 견제와 균형의 기제이다.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소중한 권리를 지키며 건전한 의회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