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26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작문 부문 우수작1_백진하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22.11.21
제26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작문 부문> 우수작1
백진하

2022년, 모기에게 자유의 시대가 찾아왔다.

모기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들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여름의 마스코트였던 모기는 이제 9월, 10월이 지나도 여전히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 자취방, 축축한 장소를 찾아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창문을 닫고 있어도 사람들이 껴입은 외투 위에 앉아 조용히 집 안을 침범했다. 불이 켜진 때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행거의 옷 틈, 책장 선반의 아랫면, 책상 아래에 앉아 숨어있었다. 사람들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그때부터 모기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불이 덮이지 않은 팔, 다리, 손가락, 이마, 눈두덩에 앉아 살가죽에 주둥이를 꽂는다. 음. 이 사람은 RH+ A형이군. 이미 아는 맛이야.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밤은 길어졌고 모기의 자유 시간도 점차 늘어났다.

인간 대 모기의 싸움이 거듭되며 모기는 새로운 능력을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순간 이동 능력이다. 모기를 잡는 인간의 손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모기는 그들의 종족을 번식할 개체를 잃었는데, 이에 맞선 진화의 산물이 등장한 것이다. 2021년에 성충이 된 모기들을 기준으로 근방 3미터 이내의 다른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발견되었다. 능력을 쓸 수 있는 반경은 넓지 않았지만 인간의 박수를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짝. 잡았다! 어? 어디 갔지? 분명 잡은 것 같았는데... 모기는 그런 인간을 등 뒤에서 바라보며 비웃었다. 인간 놈들. 우리가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겠지? 모기를 잡기 위해 손뼉을 치고 주먹을 꽉 쥐는 인간의 시도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어 갔다. 2022년이 되자 순간 이동을 쓸 수 있는 모기의 개체 수는 더 늘어났다. 아마 2023년이 되면 그런 진화한 모기들은 점차 그 수를 더 늘려갈 것이다. 그들은 또 다른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인간의 모기 사냥으로부터의 자유. 이는 죽지 않고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2025년, 진화한 모기들로 인해 인간은 자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온갖 건물과 집이 모기장으로 꼼꼼하게 무장했고, 저녁에는 모기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치거나 형광등을 끈 채 활동했다. 삼성에서는 현관에 설치할 수 있는 모기 탐지 겸 살충 기계를 출시했다. 인간들은 모기들의 싸움에서 이기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스프레이 살충제로 모기가 쉽게 죽던 시절, 여름이 끝나면 모기와의 전쟁도 끝나던 시절. 모기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패배하고 있고 장기전으로 돌입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질문했다. ‘왜 인간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몰랐습니까? 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나요?’ 그 질문에 브리핑 담당자는 대답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우릴 괴롭게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뿐입니다.’

세계 생물학 연구소에서는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순간 이동 능력을 퇴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인간의 자유는 저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전쟁에서 다시 승리할 것입니다, 반드시.’ 모기장이 한 겹 싸인 야외 브리핑 무대에서 연구소장이 하는 말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과연 인간들을 빼앗긴 자유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뺏는다고 해도 또다시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