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26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3_지수현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22.11.21
제26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3
지수현

대규모 안전사고를 완벽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고가 날 것이라는 사실과 그 영향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재정비해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매뉴얼은 사고의 게릴라성 앞에 무력해진다. 사고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재정비된 매뉴얼은 미래의 사고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안전사고는 컨트롤타워가 매뉴얼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지 못한 탓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처할 매뉴얼이 없었다는 재난관리 당국의 설명과 달리, 매뉴얼은 존재했다. 서울시의 '골든타임 대처 매뉴얼'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중 '공연행사장 안전사고' 유형이 이번 압사 사고와 비슷하다. 해당 항목에서는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압사자를 빠른 시간 내로 응급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12신고 접수·지령 매뉴얼'도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자의 목소리나 사진, 영상 등 현장 자료를 통해 사고의 긴급성을 파악하라고 안내한다. 참사 당시 두 매뉴얼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압사할 것 같다'는 신고에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고, 신고 11건 중 긴급성 최고 단계로 분류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매뉴얼을 사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향후 사고 대응은 매뉴얼을 보강하는 것보다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통령실, 정부 부처, 고위직 경찰을 각각 최종, 중간, 현장 컨트롤타워로서 지정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냐"며 경찰을 질책했지만, 책임의 문제를 간과한 발언이다. 중간 이하 직급의 경찰은 권한은 작고 책임은 커 자율성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설정하여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상황 공유 시스템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어 대규모 안전사고의 신호가 감지되면 컨트롤타워에 곧바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신유형' 사고였다. 매뉴얼에 있지만 구조 책임자의 응용 능력이 부족했다. 신유형 사고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사고의 긴급성 판단, 컨트롤타워 전달, 유연한 지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사고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대규모 안전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기록을 공개하는 정보의 '외부화'는 사고 대응 역량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황 공유 시간은 얼마나 소요됐는지, 현장 지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기록을 남겨 사고를 학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