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 한겨레교육

<제26회 한겨레문학상> 김유원 작가

  • 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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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출작가 인터뷰
인터뷰 l 제26회 한겨레문학상 ‘계투’ 김유원씨

다큐 감독 출신 첫 장편으로 쾌거
‘개청춘’ ‘의자가 되는 법’ 등 연출
“소설 쓰는 시간 충만…이제 확신”

슬럼프로 중간계투 자리잡은 혁오
증권맨 된 준삼·야구기자 된 기현
야구선수 꿈꾼 세 사람 중심 전개
“이어주는 존재 계투처럼 겸허하게…”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 소설의 첫 문장이 ‘이 주임은 누구처럼 살고 싶어?’라는 문장이잖아요? 실제로 소설의 출발이 바로 이런 질문이었어요. 제가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10년쯤 하고 나서 1년 정도 스스로 안식년을 정해놓고 쉴 때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한 친구가 제게 그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그때 문득, ‘경기에서 딱 한 이닝만 던지는 투수로 살고 싶다’는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투수, 치고 빠지는 삶, 그런 게 너무 재밌고 맘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쓰게 된 소설이 이 작품 <계투>예요.”

장편소설 <계투>로 3천만원 고료의 제26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한 작가 김유원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출신이다. 본명 ‘손경화’로 <개청춘>(공동연출·2009)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2011) <의자가 되는 법>(2014)을 연출했고,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의 촬영감독을 했으며 지금은 권아람 연출 영화 <홈그라운드>의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계투>는 그가 쓴 첫 장편이다.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이제는 자신을 영화 연출가가 아닌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작할 때에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다큐 감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점점 저랑 맞지 않는 결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소설이 저한테 잘 맞는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저한테는 소설을 쓰는 동안이 충만한 시간이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시간이에요.”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번도 소설을 써본 적이 없었던 그는 무작정 하루 두세시간씩 퇴고도 없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단편을 네다섯편쯤 쓰다 보니 그중 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장편으로 발전했다.

“너무 혼자 쓰다 보니까 제 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도 안 되고 해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문지혁 선생님의 스토리텔링 입문 강의를 들었어요. 수업 자체가 좋았고 선생님의 이야기도 도움이 되었죠. 소설과 영화의 문법 차이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됐어요. 무엇보다 제 소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평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제26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계투>에는 프로야구 선수 혁오를 비롯해 세 인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혁오는 고졸 최고 계약금을 받으며 프로 구단에 입단했지만, 고교 시절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남긴 정신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다가 선발이나 마무리 투수가 아닌 중간 계투로 자리를 잡는다. 혁오의 중학 시절 야구부 동료였으나 자신의 재능 부족을 확인하고 증권 회사에 입사한 준삼은 구조조정 과정의 살풍경과 불합리에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초등학교 여자 야구 선수 출신으로 지금은 스포츠신문 기자로 일하는 기현은 프로야구 승부조작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면서 혁오의 비밀에 다가간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계투보다는 선발 투수나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되기를 강요받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삶의 방법을 모르게 되잖아요? 중간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계투는 어정쩡한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시선이 가야 하지 않나, 자신에게 넘어온 것을 온전히 다음으로 이어준다는 감각으로 겸허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계투>는 ‘야구 소설’이라는 점에서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박민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떠오르게 한다. 지는 일의 아름다움을 그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겸허함의 미덕을 부각시킨 <계투>의 세계관 역시 통하는 바가 있다. 김유원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나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오늘 인터뷰에 오기 전에 잠깐 펼쳐 봤더니 마지막 장 제목이 ‘플레이볼’이던데, 내 소설 <계투>의 한 챕터 제목도 ‘플레이볼’이다. 그걸 보면 무의식 중에 그 소설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유원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